제목 너무 시끄러운 고독 (1975) 저자 보후밀 흐라발 (체코) 출판 문학동네 장르 소설 기간 2024.05.22 - 2024.05.23 평점 3 / 5
요약
이 책은 삼십 오 년째 폐지 압착 일을 하고 있는 한탸의 독백으로 전개된다.
그도 젊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꿈, 사랑 등의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폐지 압착일을 시작한 후에 책에 빠지게 되었다. 한탸는 다른 노동자들처럼 단순히 폐지를 압착하는 일만을 하지 않는다. 그는 압착한 폐지 더미를 "꾸러미"라 칭한다. 그 꾸러미에 잡지 속 명화, 딸려 온 쓰레기 장식 등을 붙여주며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그는 기계는 하지 못하는 ㅡ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ㅡ 가치 있는 책들을 추려내어 집에 산더미만큼 쌓아놓기도 한다.
한탸는 자신이 압착하는 책들에 담긴 지식과 문화에 대해 경외감을 느낀다. 그는 늘 술에 취해 철학적으로 사색하고, 삶의 의미나 고독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우연히 다른 폐지 압착 공장에 간 한탸는 자신의 압착기보다 훨씬 거대하고 효율이 좋은 폐지 압착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를 느꼈고, 자신이 오랫동안 해왔던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마침내 한탸의 고용주가 새 기계를 들여왔고, 그는 흰 종이를 뽑아내는 일에 강제로 투입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삶의 원동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기계에 직접 들어가 잊어버렸던 과거 연인의 이름을 떠올려내며 생을 마감한다.
감상평
이 책은 하층민들에 대한 연민, 책에 대한 사랑, 과거의 추억, 성과주의 등 여러 주제를 담고 있다. 오히려 주제가 너무 많고 철학적이어서 하나에 주제에 대해 빠져들기 쉽지 않았고, 책의 분량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쉽지 않았다. 작가를 만나 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시 읽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전쟁에서 패한 진영의 서적(문화)은 금서로 취급되고 버려진다는 것이다. 작중 책을 사랑하는 한탸도 이에 대해 슬퍼하고 애도했지만, 그런 책들을 계속 처리하다 보니 점점 둔감해졌다. 현재 사회도 비슷한 것 같다. 승자와 패자가 이미 결정되었음에도, 승자는 영원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미화하며 패자에게 악역의 프레임을 씌운다. 이는 더욱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삼십 오년째 폐지를 압축하고 있다."라는 독백의 반복을 통해 그의 고독함과 험난한 인생사를 강조한 점이 색달랐다.
또한 이 책에는 노자, 예수, 니체 등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에 대한 한탸의 생각을 엿보며 그들에 대해 더욱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책의 내용은 철학적이고 난해하여 읽기 어려웠음에도, 표현력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삽화가 하나도 없음에도 골방 속에서 꾸러미를 만들어내는 늙고 병든 한탸의 모습을 생생히 떠올리며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