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제 예선에서 탈락했다.
솔직히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쉬움과 억울함은 잠시 덮어두고, 프로젝트 기획부터 발표까지의 전 과정을 복기하며 실패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원인 1: 잘못된 문제 정의와 시장 검증 부재
가장 큰 원인은 프로젝트의 모티베이션, 즉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자체에 대한 탐색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3학년 겨울방학부터 준비해 온 주제가 있었으나, 교수님의 "공감되지 않는다"는 피드백에 따라 급하게 주제를 변경해야 했다.
주제 탐색부터 선정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단 2~3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화폐 활성화 플랫폼'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당시 우리 팀과 주변 지인들(주로 20대 학생)은 '여민전'이라는 지역 화폐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이를 근거로 "지역 화폐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뒤늦게 발견한 사실은, 우리가 제기한 문제점과 실제 사용자 간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30대 이상의 경제 활동 인구 사이에서 여민전 발급은 이른바 '오픈런'을 해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우리는 활성화가 문제가 아니라 공급 부족이 문제인 시장을 타겟으로 잡은 것이었다.
반성 및 교훈
1. 가설 검증의 부재
교수님의 강한 피드백으로 주제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남은 2~3일 동안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데 시간을 쓸 것이 아니라,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찾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최소한의 데이터 리서치나 실제 타겟 사용자 그룹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었다면, "활성화가 안 되어 있다"는 잘못된 가설은 초기에 폐기되었을 것이다.
2. 신속한 방향전환 실패
잘못된 가설을 인지한 시점에서 즉시 방향을 수정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신규 사용자 유치'가 아닌 '기존 사용자들의 발급 경쟁 완화' 또는 '이용 편의성 증대' 등 실제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의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원인2: 모호한 목표로 인한 리소스 분배의 실패
첫 번째 원인인 '잘못된 문제 정의'는 개발 과정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역화폐 활성화'라는 목표 자체가 모호하고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팀원들은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능들을 덕지덕지 붙어가며 개발했고, 이로 인해 개발 리소스가 분산되었다.
만약 "발급 경쟁률 완화"나 "20대 신규 사용자의 첫 결제 유도"처럼 명확한 문제가 정의되었다면, 모든 개발 역량을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능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가장 자신 있던 AI 추천 기능을 더 나은 킬러 기능으로 만들 시간과 노력을, 다른 부가 기능들을 구현하는 데 낭비한 셈이다.
반성 및 교훈
1. MVP에 대한 생각 재고
MVP(Minimum Viable Product)의 핵심은 'Minimum'이 아닌 'Viable'이다.
'실행 가능한 최소 기능'을 만드는 것이 보다 '가치를 검증할 수 있는 핵심'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2. 핵심 목표 달성을 위한 기능 개발
개발하는 모든 기능이 해결하려는 '핵심 문제'와 '핵심 가치'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핵심과 무관한 기능은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원인 3: 핵심 기술(AI) 전달의 실패
마지막 원인은 발표 전략의 실패이다.
타 플랫폼과 비교하여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 차별점은 AI를 활용한 실시간 사용자 맞춤 추천기능이었다.
하지만 PPT와 발표 과정에서 이 부분이 단순한 '기능 목록' 중 하나로 스쳐 지나갔다.
평가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AI 모델을 사용했는지, 이 기능이 기존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것이 왜 '지역화폐 활성화'라는 목표에 기여하는지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즉, 가장 자신 있는 핵심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반성 및 교훈
What이 아니라 How와 Why, Value에 대한 설명의 부족
1. How: 어떤 아키텍처(Two Tower Model, BERT 기반 감정 분석 등)를 어떻게 적용했는지
2. Why: 왜 이 모델이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는 데 적합한지
3. Value: 그래서 이 기능이 사용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는 지
위 내용들을 우리만의 비밀인것 마냥 꽁꽁 숨기고 있을 것이 아니라, 명확히 시연하고 강조했어야 했다.
요약 및 결론
이번 실패의 핵심 원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검증 부재: 실제 시장과 사용자에 대한 검증 없이, 우리의 관점에서만 문제를 정의했다.
- 리소스 분산: 모호한 목표로 인해 개발 리소스가 분산되었고,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능의 완성도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 의도 전달 실패: 핵심 기술이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며 '어떤 가치'를 주는지 증명해내지 못했다.
이 회고를 바탕으로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반드시 지킬 세 가지 원칙을 계획했다.
- 코드 작성 전 검증: 제기한 문제를 확실히 검증한다. 가설이 확실하게 검증되기 전까지는 조심스럽게 개발을 해야 한다.
- 핵심 가치에 집중: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가 되는 핵심 가치를 정의하고, 모든 개발 자원을 MVP 구현에 최우선으로 사용한다.
- 확실한 의도 전달: 발표를 구현한 기능 자랑처럼 하지 않는다. 정의한 문제를 우리의 핵심 기능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준다.
기대보다 아쉬운 결과를 얻게 되었지만, 수많은 기능을 구현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문제 하나를 찾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후 프로젝트는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더 탄탄한 기획과 전략으로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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